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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창조기업센터 입주, 한 번 떨어지고 다시 지원했습니다

I-PLEX 발표평가에서 떨어진 뒤 다시 지원한 1인창조기업센터 입주 기록. 첨부파일이 빠진 신청 메일, 스크립트 없이 들어간 6분 발표, 처음 만들어 본 회사 도장까지 그대로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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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NPNS라는 걸 만들었습니다. 프리랜서가 작업물을 넘기고도 돈을 못 받는 일이 흔해서, 대금이 들어오기 전까지 결과물을 잠가두는 서비스였어요. 그걸로 I-PLEX 광주 입주 스타트업 20기에 지원했고 발표평가까지 갔습니다. 그리고 떨어졌습니다. 1인창조기업센터 입주 지원서를 다시 쓰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게 그날이었어요.

떨어진 것보다 아팠던 건 그 뒤였어요. 결과를 받고 나서 그 프로젝트를 접었거든요. 바빠서라고 핑계를 댔지만 솔직히 김이 빠진 겁니다. 다시 붙잡을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1인창조기업센터 입주에 지원할 때는 마음가짐이 좀 달랐습니다. 떨어져도 접지 말자. 그것만 생각했어요.

결과부터 말하면 붙었습니다. 어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고, 10월 12일부터 전일빌딩245 5층으로 출근합니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순서대로 적어두려고 합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 지원사업 공고를 대신 찾아줍니다

재도전을 하려면 일단 지원할 곳을 알아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큰 일입니다. 기업마당, K-스타트업, 광주창업허브, 광주테크노파크, 나라장터. 들어가야 할 사이트가 한두 개가 아니고, 대부분은 들어가 봐야 “이미 마감” 아니면 “법인만 가능” 아니면 “예비창업자만 가능”입니다. 사업자 등록을 이미 한 1인 개인사업자가 낄 수 있는 공고는 생각보다 적어요.

그래서 이걸 자동화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에 클로드가 광주광역시와 전국의 청년창업·1인사업자·IT프리랜서 대상 공고를 돌면서, 제가 실제로 신청 가능한 것만 걸러서 알려주도록 예약 작업을 걸어뒀어요. 이미 안내한 공고는 기록해 두고 다음 주에 중복으로 올리지 않게 했습니다.

이게 효과가 있었던 건 “없다”는 답도 정보라서입니다. 어느 주에는 매칭되는 공고가 하나도 없다고 옵니다. 그런데 거기에 왜 안 되는지가 같이 적혀 있어요. 이 사업은 법인만, 저 사업은 1월에 마감, 그건 예비창업자 전용. 이걸 몇 주 보다 보니까 국가 창업 3종 패키지는 보통 연초에 한 번 공고하고 끝난다는 구조가 보이더라고요. 하반기에는 지역 소규모 공고나 추가 모집을 노려야 한다는 것도요.

실제로 걸러진 것들을 보면 감이 옵니다. 지역디지털기업성장지원사업은 법인만 받고, 기술이전 예비창업가 지원은 예비창업자만 받습니다. 제조창업기업성장지원사업은 업종이 안 맞고, 콘텐츠코리아랩 크리에이터 과정은 웹툰이나 애니 IP를 들고 있어야 했어요. 반대로 광주테크노파크 테크플러스 스테이지처럼 사업자등록만 있으면 되고 업종·나이 제한이 거의 없는 공고가 가끔 뜹니다. 이런 건 마감 직전에 알게 되면 손도 못 대요.

1인창조기업센터 입주 공고도 이 루틴에서 걸렸습니다. 혼자 사이트를 돌았으면 놓쳤을 가능성이 높아요. 매주 월요일 10분이면 그 주에 뭘 할지가 정해집니다.

이번에 들고 간 건 PetOK이었습니다

지원서에 쓸 아이템은 PetOK이었습니다. 반려동물 동반 여행 정보 서비스예요.

시작은 공모전이었습니다. 한국관광공사가 여는 2026 관광데이터 활용 공모전의 웹·앱 구현 부문에 지정과제 10개가 있었는데, 그중 6번이 “모호한 반려동물 출입 조건 및 규정 인지 오류로 현장 입장 거부 및 헛걸음 유발 문제”였습니다. 7월에 접수하고 9월까지 개발하는 일정이었어요.

제가 반려견을 키우는 건 아닙니다. 지원하기 직전에 친구네 강아지랑 같이 여행을 갔는데, 식당이랑 카페마다 들어갈 수 있는지를 매번 확인해야 하더라고요.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아, 이게 이렇게 번거로운 일이구나.

데이터를 열어보고 나서 확신이 생겼습니다. 한국관광공사 반려동물 동반여행 API 1,048곳을 전수로 긁어서 조건 필드를 세어봤는데, “일부 구역만 동반 가능”이라고 적힌 506곳 중 317곳이 어느 구역인지 비어 있었습니다. 62.6%예요. 전국 음식점 쪽은 더했습니다. 국문관광정보 API에 13,518곳이 있는데 반려동물 조건이 등록된 건 72곳, 0.53%였습니다. 문제는 데이터가 없는 게 아니라 있는데 해석이 안 된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만든 게 조건 해석 엔진입니다. 반려동물 프로필(크기, 체중, 체고, 견종)을 넣으면 시설별 원문 조건을 파싱해서 갈 수 있음, 조건부, 확인 필요, 갈 수 없음 네 단계로 판정합니다. 판정만 던지지 않고 왜 그렇게 나왔는지 근거와 공사 원문을 같이 보여줘요. 지금 전국 4,000곳 넘게 판정이 돌아가고 있고, 그중 853곳이 “확인 필요”로 남아 있습니다. 이 853곳을 줄이는 게 앞으로 할 일입니다.

PetOK 지도에서 전국 시설이 판정 색상별로 표시된 화면

지원서에 쓸 아이템이 “아이디어”가 아니라 “지금 접속하면 보이는 화면”이라는 게 컸습니다. I-PLEX 때는 기획서로 설명해야 하는 단계였거든요.

1인창조기업센터 입주 신청 메일에 첨부파일이 빠졌습니다

여기서 제일 아찔했던 일이 생깁니다.

1인창조기업센터 입주 신청은 이메일 접수였습니다. 신청서, 사업계획서, 개인정보 동의서, 대표자 이력서, 사업자등록증을 하나의 PDF로 합쳐서 보내는 방식이었어요. 서류를 다 만들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보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첨부파일이 제대로 안 들어가 있었습니다. 담당자가 그걸 알려주는 메일을 보냈는데, 그 메일이 제 스팸함으로 들어갔어요. 저는 접수가 끝난 줄 알고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고요.

일주일 뒤에 전화가 왔습니다. 서류가 안 왔는데 지원 의사가 있으시냐고. 전화를 받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다 끝난 줄 알고 일주일을 보냈는데 접수조차 안 돼 있었던 겁니다. 그때 스팸함을 열어보고 상황을 알았습니다. 부랴부랴 다시 보냈어요. 담당자가 전화를 안 줬으면 그냥 탈락이었을 겁니다. 접수 기한이 지난 뒤였으면 전화도 안 왔겠죠.

이 일로 배운 게 두 개입니다. 하나는 메일 접수는 보낸메일함에서 첨부파일 용량이 실제로 붙었는지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 특히 여러 PDF를 합쳐서 용량이 커지면 조용히 실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접수 기간에는 스팸함을 매일 봐야 한다는 것. 기관 메일은 도메인 때문에 스팸으로 분류되는 일이 꽤 있습니다.

서류 자체도 쉽지 않았습니다. 제출서류에 4대보험 가입자명부가 있었는데, 직원이 없는 1인 사업자는 4대보험 성립신고 자체를 할 수 없어서 그 명부가 존재하지 않아요. 가점 항목인 수상 이력, 기업 인증, 투자, 지식재산권도 전부 해당 없음이었습니다. 1인 창조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제2조상 요건인 “상시근로자 없이 사업을 영위하는 자”에 딱 맞는 상태라는 게, 역설적으로 낼 서류가 없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연휴 다음 날이 발표였습니다

발표평가는 9월 28일 월요일, 16시 10분부터 20분까지였습니다. 6분 발표에 4분 질의. 발표자료는 미리 제출한 파일을 띄워주는 방식이라 현장에서 손댈 수 없었어요.

문제는 바로 앞이 연휴였다는 겁니다. 발표 스크립트를 짜려고 했는데 결국 못 짰어요. 예상 질문도 정리 못 했습니다. 어떤 평가 항목에 비중을 둬야 하는지도 생각 안 해보고 들어갔습니다. 연휴 분위기에 풀어졌다가 월요일에 정신 차리니 당일이더라고요.

가서 또 밀렸습니다. 제 시간이 지났는데 앞 순서 분들이 계속 들어가고 있었어요. 그 대기 시간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괜히 했나, 그냥 집에 갈까. 진짜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돌아보면 대기가 길어져서 흔들린 거지 준비가 부족해서 흔들린 게 아니었습니다. 들어가고 나니까 그 생각은 바로 사라졌어요. 대기실에서 나가는 순간 제일 어려운 건 이미 끝나 있었던 셈입니다.

발표 자체는 할 만했습니다. 외운 걸 읊는 게 아니라 제가 만든 걸 설명하는 거라 막힐 데가 없었어요. 슬라이드가 곧 목차니까 보면서 말하면 됐습니다.

질의에서 한 방 맞았습니다. 한 분이 이렇게 물었어요. 이제 곧 반려동물을 여러 곳에서 다 허용할 텐데, 그러면 이 서비스가 필요 없어지지 않겠느냐. 대책이 있느냐.

맞는 말이었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들어갈 수 있는 장소가 늘어나는 흐름은 저도 체감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반박하지 않고 공감부터 했습니다. 그런 세상이 생각보다 빨리 올 것 같다고요. 그다음에 지금도 허용된 곳인데 공공 데이터에는 정보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전국 전수 수집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발표하고 나와서 든 생각

나와서 복기해보니 방향은 맞았는데 표현이 아쉬웠습니다. 제대로 답했다면 이랬어야 해요. 전면 허용이 되어도 “어디까지 되는지”는 장소마다 다르고, 오히려 허용 장소가 늘수록 등록 안 된 장소가 폭증한다. 그러니까 판정이 필요 없어지는 게 아니라 판정 대상이 공공데이터에서 실제 현장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이렇게요. 급하게 비유를 끌어다 쓰는 바람에 제가 만들어둔 검증 체계가 가벼워 보이게 됐습니다.

그래도 하나는 건졌어요. 그 질문은 “이 사업 안 될 것 같은데요”가 아니라 “이 사람이 자기 사업의 약점을 알고 있나”를 보는 질문이었다는 것. 얼어붙거나 아니라고 우겼으면 더 나빴을 겁니다. 공감하고 답을 이어간 것만으로 최악은 피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기대를 안 했습니다. 가점이 하나도 없었고 스크립트도 못 짰으니까요. 그냥 한 번 더 도전해본 거면 됐다 싶었어요. I-PLEX 때처럼 떨어져도 이번엔 접지 말자, 거기까지가 제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선정 연락을 받았을 때 좀 얼떨떨했습니다. 가점 없이 붙었다는 게 무슨 뜻인지 생각해봤는데, 결국 두 가지였던 것 같아요. 이미 돌아가는 서비스가 있다는 것, 그리고 “왜 하필 이 센터여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지어낸 게 아니었다는 것. 남은 과제가 코드가 아니라 현장 확인이고 그러려면 도심 거점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했거든요.

처음 만들어 본 내 회사 도장

계약하러 가기 전에 담당자에게 메일로 물어봤습니다. 도장이 꼭 있어야 하는지, 서명으로 되는지. 답은 명확했어요. 기업 계약은 도장이 필요하고 대체는 불가하다.

입주신청서에는 “인감날인 또는 서명”이라고 둘 다 열어뒀는데 계약서는 달랐습니다. 그래서 도장을 팠습니다. 제 사업자 이름으로 도장을 만들어 본 게 처음이었어요.

별것 아닌데 이상하게 기분이 묘했습니다. 사업자등록증은 8월에 나왔지만 그건 홈택스에서 클릭 몇 번으로 받은 PDF였거든요. 도장은 다릅니다. 가게에 가서 이름을 적어주고, 글자체를 고르고, 기다렸다가 받아 오는 물건이에요. 손에 쥐어지는 게 있으니까 그제서야 “아, 내 회사가 있구나” 싶더라고요.

도장 하나에 이런 의미를 붙이는 게 좀 유난인가 싶기도 한데, 혼자 일하면 이런 순간이 별로 없습니다. 입사도 없고 승진도 없고 명함을 새로 받을 일도 없어요. 그래서 이런 걸 기억해두려고 합니다.

계약서에 그 도장을 찍었습니다. 24살 때 쇼핑몰 사업자를 냈던 적이 있는데 그때는 도장 같은 걸 만들 생각도 못 했어요. 10년 가까이 지나서 처음으로 제 이름이 새겨진 걸 찍어본 겁니다.

참고로 계약 준비물 중에 “지원사업선정확인서”가 있어서 이것도 물어봤는데, 이건 이번에 선정된 건에 대한 확인서가 아니라 다른 지원사업에 선정된 이력이 있으면 그 증빙을 가져오라는 뜻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하죠. 계약하러 가는 기관이 자기가 선정한 걸 증명하라고 할 리가 없으니까요. 저는 해당 사항이 없어서 안 가져갔습니다. 헷갈리면 메일로 물어보는 게 제일 빠릅니다.

12일부터 출근합니다

계약하고 센터 설명을 들었는데, 생각보다 입주 기업이 많았습니다. 교류 프로그램이 꾸준히 돌아가고 소통 체계도 잘 잡혀 있어요. 창업학교에 들어온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센터 소개 페이지를 보면 입주공간 외에 회의실과 화상회의실, 교육장을 쓸 수 있고, 세무·회계·법률·마케팅 분야 전문가 1:1 멘토링과 기업교류회, 성과보고회 같은 네트워킹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혼자 일하면서 제일 아쉬운 게 판단을 검증받을 데가 없다는 건데, 저한테는 사무공간보다 이쪽이 더 큽니다.

실제로 가보니 더 그랬어요. 저와 비슷한 영역으로 들어온 분이 있었는데 유기견 쪽 서비스더라고요. 겹친다기보다 붙는 영역이라 서로 얻을 게 있어 보였습니다. SaaS로 실제 수익을 내고 있는 분도 있었습니다. 가격은 어떻게 잡았는지, 첫 유료 고객은 어디서 데려왔는지. 검색해서는 안 나오는 얘기들이잖아요. 그걸 복도에서 물어볼 수 있는 자리가 생겼다는 게 이번 1인창조기업센터 입주의 진짜 소득 같습니다.

출석을 자주 할수록 평가에 좋다는 안내도 받았습니다. 처음엔 그냥 관리 차원인가 했는데, 생각해보니 자리를 비워두면 교류 프로그램이고 멘토링이고 다 남의 일이 되죠. 공간만 받고 재택으로 돌리면 제일 손해 보는 건 저일 겁니다.

바로 방을 받는 건 아닙니다. 한두 달은 오픈스페이스에서 지내고, 그 뒤에 비슷한 직군이 모인 방으로 배정해 준다고 해요. 처음엔 좀 아쉬웠는데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습니다. 방에 들어가면 문 닫고 혼자 일하게 되는데, 오픈스페이스에 있는 동안은 다른 입주자들과 자연스럽게 섞일 수 있으니까요. 지금 저한테 필요한 건 조용한 방보다 그쪽입니다.

보안 게이트 카드가 나오는 10월 12일부터 정식 출근입니다. 솔직히 설렙니다. 작년에 한 번 떨어지고 프로젝트를 접었던 사람이 1년 만에 자기 이름이 적힌 책상을 받은 거니까요. 여기서 1년 동안 얼마나 배우고 얼마나 커질 수 있을지가 제일 궁금합니다. 1인창조기업센터 입주를 고민하는 분이 있다면, 가점이 하나도 없어도 일단 내보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도 그렇게 붙었습니다.

일단 12일에 책상부터 세팅하러 갑니다.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입니다.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