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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 회사를 혼자 차렸다, AI 직원 9명에 9일 7,900원

혼자서는 마케팅·리서치·코드·비용 관리를 다 못 해서 AI 에이전트 회사를 직접 만들었어요. AI 직원 9명, 9일, AI 호출 220번에 약 7,900원이 든 실제 운영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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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한 장에 조직도를 그렸어요. 맨 위에 CEO, 그 아래 CTO·CSO·CFO·CLO, 다시 그 아래 팀과 팀원들. 문제는 이 회사에 사람이 저 하나뿐이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나머지 자리를 전부 AI로 채운 AI 에이전트 회사를 직접 만들기로 했고, 이 글은 그 회사를 9일 동안 실제로 굴려 본 기록입니다.

저는 광주에서 혼자 일하는 개발자예요. 지금은 반려동물과 같이 갈 수 있는 카페·식당·숙소를 지도에서 찾아주는 펫오케이라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어요. 관광데이터 공모전에 낸 뒤 정식 오픈을 준비하는 중인데, 서비스를 만드는 것까지는 어떻게든 되더라고요. 막히는 건 그 다음이었어요. 마케팅 글 쓰고, 경쟁 서비스 조사하고, 버그 고치고, 서버비 따지고. 혼자 하는 분들은 아실 거예요. 개발자 한 명이 이걸 다 하면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안 된다는 걸요.

손으로 그린 AI 에이전트 회사 조직도, CEO 아래 CTO·CSO·CFO·CLO와 팀 구성

AI 에이전트 회사를 만든 이유

처음 메모에는 욕심이 잔뜩 들어 있었어요. 각 팀에 팀장이 있고, 부장·과장·대리·주임·사원 직급이 있고, 직급마다 결정 권한이 다르고,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돌아가고, 제가 언제 접속해도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이 보이는 회사. 지시는 메신저로 바로 하고, 팀별 주간회의와 임원 회의도 하는 그림이었죠.

그런데 설계를 하다 보니 몇 가지는 바로 버리게 됐어요. 제일 먼저 버린 게 “24시간”이었어요. 솔직히 따져보니 펫오케이에 24시간 돌릴 일이 없더라고요. AI를 계속 돌리면 돈만 나가고, 바빠 보이게 만들 이유도 없었어요. 그래서 평일 09:00 출근, 18:00 퇴근으로 정했어요. 퇴근할 때는 각자 업무일지를 쓰고, 다음 날 출근하면 전날 일지를 읽고 시작해요. 사람 회사의 업무일지가 이 시스템에서는 회사의 기억 역할을 하는 셈이에요.

두 번째로 바꾼 건 “지시할 때만 일하는 AI”라는 생각이었어요. 제가 원한 건 시키는 일만 하는 챗봇이 아니라, 펫오케이를 살리기 위해 스스로 할 일을 찾는 회사였어요. 대신 아무거나 막 하면 곤란하니까, 스스로 찾은 일은 팀장 승인을 받아야 착수하고, 밖으로 나가는 일은 전부 제가 누르게 했어요. 이 원칙은 뒤에서 다시 나와요.

화면은 픽셀 오피스로 정했어요. 아이소메트릭 사무실에 캐릭터들이 앉아 있고, 옆에 슬랙 같은 채널 패널이 붙은 레퍼런스를 보고 “이거다” 싶었거든요. 다만 화면은 상태를 보여주는 창일 뿐이고, 실제 회사는 그 뒤의 코드가 굴린다는 원칙을 먼저 세웠어요.

AI 직원 9명, 껍데기는 회사이고 뼈대는 코드

처음부터 조직도를 다 채우면 비용도 디버깅도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1단계는 9명으로 시작했어요. 이름은 영어 이름을 한글로만 쓰고, 대화와 보고는 전부 한국어, 저한테는 존댓말을 쓰게 했어요.

이름역할성격 한 줄
다니엘CTO결론 먼저, 리스크부터
케이트CSO(전략·마케팅)숫자로 기회를 말함
헨리CFO말이 짧고 숫자만
그레이스기획개발팀장조율형, 우선순위엔 단호
루카스개발말보다 PR
미아QA재현 경로를 끝까지
라이언사업운영팀장팀원 산출물 검토
조이마케팅카드뉴스·SNS 초안
노아리서치웹 조사·검색 추이

CSO 이름은 원래 다른 이름이었는데 입에 안 붙어서 케이트로 바꿨어요. 사소해 보여도 매일 부르는 이름이라 꽤 중요하더라고요. 헨리는 정말 이런 식으로 보고해요. “금일 사용 ₩3,200, 이상 없습니다.” 딱 이 정도요.

설계에서 제일 공들인 문장은 이거예요. 껍데기는 회사, 뼈대는 코드. 비용 측정, 예산 차단, 권한 검사, 스케줄, 감사 기록은 전부 코드가 해요. AI는 판단이 필요한 자리에만 들어가요. 예를 들어 CFO 헨리가 예산을 지키는 게 아니에요. 예산을 넘으면 코드가 호출 자체를 막고, 헨리는 그 장부를 읽고 해석만 해요. AI한테 안전장치를 맡기면 안 된다고 봤거든요.

직급도 권한이 아니라 일의 난이도와 쓰는 모델 등급의 차이로 정했어요. 임원은 비싼 모델, 리서치는 싼 모델. 모델은 Anthropic과 OpenAI를 섞어 쓰는데, 임원 주간보고를 쓰는 모델과 그걸 검증하는 모델을 일부러 다른 회사 것으로 두었어요. 같은 모델은 자기가 쓴 결론에 쉽게 동의하니까요. 멀티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는 쓰지 않고 직접 짰어요. 조직, 보고 체계, 권한이 이 시스템의 핵심이라 남의 추상화 위에 올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처음부터 박아둔 규칙이 두 개 더 있어요. 하나는 “무조건 네 금지”예요. 제가 “이번 달 회원 50명 늘려” 같은 목표를 주면, 임원이 먼저 실현 가능성을 검토해서 현실적인 숫자로 회신해요. 다른 하나는 밖으로 나가는 건 제가 누른다는 거예요. SNS 게시, 배포와 머지, 지출, 법적 문서, 외부 연락은 AI가 자동으로 못 해요. AI는 초안과 승인 요청까지만 만들어요.

9일 동안 실제로 일어난 일

설계 문서를 쓰고 첫 코드를 올린 게 10월 13일이에요. 개발은 맥에서 Cursor와 Claude Code로 했어요. Claude Code에게 커밋과 배포까지 맡기고 저는 화면에서 써 보고 지시하는 방식이었는데, 중간에 Claude Code 토큰 한도에 걸려서 “이건 못 쓰겠다” 싶었던 날도 있었어요. 이 얘기는 따로 한 편으로 쓸 생각이에요.

일하는 방식은 단순하게 고정했어요. 티켓 하나를 주면 구현하고, 검사하고, 커밋하고, 배포하고, 제가 화면에서 확인한 뒤에 다음 티켓으로 넘어가요. 여기서 하나 깨달은 게 있어요. AI가 “검사 통과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걸 믿으면 안 돼요. 한 번은 검사 결과를 끝부분만 잘라서 보다가 실패를 놓치고 배포한 적이 있거든요. 그 뒤로는 말이 아니라 종료 코드와 통과 개수로 보고하게 바꿨어요. 대답은 무조건 한국어로 하라는 규칙도 몇 번이나 다시 말해야 했어요.

첫날에는 설계 문서(SPEC, 직원 명부, 결정 기록)와 뼈대를 만들었어요. 서버는 격리해서 사설망으로만 접속하게 했고, 로그인에는 OTP를 붙였고, 감사 기록은 처음부터 지울 수 없게 만들었어요. 둘째 날에는 슬랙 연결, 대시보드, 업무 상태와 권한 엔진, 승인함, 평일 출퇴근 루틴, 오피스 화면이 들어갔어요.

셋째 날인 10월 15일이 첫 실사용이었어요. 하루에 커밋이 46개 나왔어요. 목표를 주면 임원이 회신하고, 팀장이 업무로 쪼개고, 직원이 실제로 수행해서 산출물을 남기기 시작했어요. 지시 하나가 임원 회신, 팀장 분해, 직원 수행, 팀장 검토, 제 수락까지 한 바퀴 도는 흐름이 이날 처음 끝까지 이어졌어요. 그리고 같은 날, 테스트가 하나도 못 잡은 버그가 실제로 써 보니 줄줄이 나왔어요.

10월 16일에는 조이가 쓴 스레드 초안과 카드뉴스 이미지를 제가 승인하고 직접 게시하는 흐름, 지난 산출물을 다음 일에 붙여주는 회사 기억, 비용 화면, 폰 알림이 붙었어요. 조이가 쓴 스레드 글을 보고 “더 스레드 말투로” 고쳐 달라고 수정 요청을 보냈더니, 다시 쓴 초안이 올라왔고 그걸 보고 제가 게시했어요. 나중에는 아예 제가 초안을 직접 고쳐서 바로 게시하는 기능도 넣었어요. AI가 쓰고 사람이 누르는 구조가 이렇게 자리를 잡았어요. 주말을 쉬고 10월 19일에는 화면을 전면 개편했어요. 입력은 팝업으로 바꾸고, 같은 결정을 두 번 묻지 않게 하고, 업무를 칸반으로 보이게 했어요. 오피스 화면도 방 격자와 캐릭터로 다시 그렸고, 임원 주간보고와 다른 회사 모델의 2차 검증도 이때 들어갔어요.

픽셀 오피스 화면에서 팀별 방에 AI 직원 캐릭터가 앉아 있는 모습

10월 20일에는 펫오케이 운영 서버와 도메인을 정리하고 이용 지표 집계를 붙였어요. 스레드와 인스타에 첫 실제 게시도 이날 했어요. AI가 초안을 쓰고, 제가 승인하고, 게시 버튼도 제가 눌렀어요. 마지막 날인 10월 21일에는 개발 직원 루카스가 처음으로 진짜 코드 PR을 열었어요. 제가 GitHub에서 머지하면 자동으로 배포되는 구조까지 같이 만들었고요.

숫자로 본 AI 에이전트 회사 9일

10월 21일 저녁 기준으로 서버에서 직접 뽑은 숫자예요. 커밋 170개, 작업 티켓 약 90개, 설계 결정 기록 51개가 쌓였어요. AI 호출은 220번이었고 그중 실패가 4번이었어요.

9일 동안 든 AI 비용은 약 7,900원이에요. 날짜별로 보면 10월 15일 541원, 16일 932원, 19일 560원, 20일 2,537원, 21일 3,330원이었어요. 뒤로 갈수록 늘어난 건 직원들이 실제 일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초반에는 저 혼자 시스템을 만들고 테스트하느라 AI가 할 일이 적었고, 20일부터는 리서치, 초안, 코드 작업이 실제로 돌았거든요. 그러니까 이 숫자는 “AI 에이전트 회사 운영비가 하루 900원”이 아니라 “이제 막 일을 시작한 회사의 첫 9일”로 보는 게 맞아요.

업무는 117건 중 95건이 완료됐고, AI가 남긴 산출물(문서·초안)이 37개, 제가 직접 처리한 할 일이 30개였어요. 감사 기록은 532건 쌓였어요. 누가 언제 무엇을 했는지가 전부 남고, 지울 수 없게 되어 있어요.

제일 기억에 남는 숫자는 루카스의 첫 PR이에요. 약 4분, 약 260원. 하루 코드 작업 예산 상한은 10,000원, 한 건당 3,000원으로 걸어뒀는데 첫 작업은 그 10분의 1도 안 썼어요. 물론 첫 PR은 작은 수정이었으니 앞으로 큰 작업에서 얼마가 나올지는 더 지켜봐야 해요.

루카스가 연 첫 PR과 업무 화면에 표시된 비용·소요 시간

참고로 루카스한테 코드를 맡길 때 쓴 방식이 하나 있어요. 원래는 GitHub 브랜치 보호로 main에 직접 못 넣게 막으려고 했는데, GitHub 공식 문서를 보면 보호 브랜치는 무료 플랜의 공개 레포에서만 쓸 수 있고, 비공개 레포는 Pro나 Team 이상 플랜이 필요해요(2026년 10월 기준). 그래서 토큰과 AI를 같은 단계에 두지 않는 방식으로 대신했어요. 자세한 건 따로 한 편으로 풀게요.

직접 굴려보니 깨진 예상들

AI 에이전트 회사라고 하면 제가 손 놓고 있어도 회사가 알아서 굴러갈 줄 알았어요. 실제로는 CEO인 제가 제일 바빴어요. 직원 누구나 CEO 할 일을 만들 수 있게 해뒀더니, 아침마다 비슷한 요청이 쌓이더라고요. 아, 이거 사람 회사랑 똑같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CEO에게는 임원만 올릴 수 있게 바꾸고, 팀원 요청은 자기 임원에게 결정 요청으로 가게 했어요. 제목이 비슷한 요청(유사도 0.6 이상)은 새로 만들지 않게 했고, 모든 직원 브리핑에 회사 현황을 붙여서 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했어요. 결정 권한을 아래로 내려보내야 위가 숨을 쉰다는 걸 AI 회사에서 배운 셈이에요.

버그도 많았어요. 실사용 하루가 테스트 수백 개보다 많은 버그를 찾았어요. AI가 긴 문서를 JSON에 담다가 출력 한도에 걸려 JSON이 안 닫히는 바람에 두 번 실패하면서 약 236원이 날아간 적이 있어요. 조사 출처는 36개를 모았는데 정리된 사실은 0건이었던 적도 있고요. 응답이 잘린 데다 모델이 키 이름을 마음대로 바꿔 쓴 탓이었어요. 승인 버튼을 눌렀는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난 적도 있어요. 승인이 기록만 하고 실제 동작으로 이어지지 않았던 거죠.

여기서 얻은 교훈은 비용이 성공보다 실패에서 샌다는 거예요. 같은 이유로 두 번 실패하면 비용도 두 배예요. 그래서 업무당 하루 시도를 2번으로 제한하고, 호출 전에 최대 비용을 미리 예약해서 남은 예산이 모자라면 아예 부르지 않게 바꿨어요.

인스타 쪽도 순탄하지 않았어요. 새로 만든 인스타 계정에 API를 붙여서 게시 테스트를 하다가 이틀 만에 계정이 잠겼거든요. 공식 API만 썼고 게시물은 2개뿐이었는데도요. 결국 예전에 쓰던 계정을 정리해서 다시 쓰기로 했고, 이 사건도 따로 한 편으로 쓸 예정이에요.

AI 에이전트 회사에 대한 오해 세 가지

9일 동안 해보면서 처음 생각과 달랐던 걸 정리해볼게요. 어디까지나 제 경우의 이야기예요.

첫 번째 오해는 AI 직원이니까 24시간 일해야 이득이라는 생각이에요. 제 경우에는 반대였어요. 할 일이 없는데 계속 돌리면 비용만 나가요. 업무시간을 정하고, 퇴근할 때 일지를 쓰게 하니까 오히려 다음 날 맥락이 깔끔하게 이어졌어요. 사이트 다운 같은 감시는 AI 없이 코드로 하면 되고요. 다만 당직 에러율 감시는 아직 만들지 않았어요.

두 번째 오해는 AI 에이전트를 여러 개 돌리면 비용이 감당 안 될 거라는 생각이에요. 9일 7,900원이라는 숫자만 보면 생각보다 싸요. 그런데 이건 조심해서 읽어야 해요. 일을 시작한 뒤로 하루 비용이 계속 올랐고, 실패 한 번에 수백 원이 날아가는 것도 봤어요. 비싸냐 싸냐는 모델 가격보다 실패를 얼마나 막느냐에서 갈려요.

세 번째 오해는 AI 에이전트 회사를 만들려면 멀티 에이전트 프레임워크부터 골라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저는 프레임워크 없이 직접 짰고, 9일 만에 1단계를 넘겼어요. 회사 구조 자체가 핵심인 시스템이라면 그 구조를 직접 쥐고 있는 쪽이 디버깅하기 훨씬 편했어요.

비용 화면에서 날짜별·직원별 AI 호출 비용을 보여주는 모습 비용 화면에서 날짜별·직원별 AI 호출 비용을 보여주는 모습2

9일 해보고 든 솔직한 생각과 다음 계획

정리하면 이래요. 혼자서는 다 못 하니까 AI 에이전트 회사를 만들었고, 9일 동안 커밋 170개, 업무 95건 완료, 약 7,900원이 들었어요. 생각보다 빨리 굴러갔고, 생각보다 CEO 일이 많았고, 생각보다 버그가 많았어요.

아직 안 된 것도 분명해요. 펫오케이는 접속은 되지만 검색엔진 노출은 10월 28일 심사 이후에 열 예정이에요. 사용자 제보를 받아서 분류하고 루카스가 고치는 흐름은 아직 없어요. 개인정보처리방침의 이용 통계 문구도 초안 단계예요. 이 글이 “다 됐다”는 글이 아니라는 건 분명히 해두고 싶어요.

그래도 하나는 확실해졌어요. 사람 회사에서 통하는 원칙이 AI 회사에서도 그대로 통해요. 권한은 내려보내고, 밖으로 나가는 결정은 대표가 쥐고, 숫자는 매일 본다. 다음 편에서는 그중 제일 뼈아팠던 “AI 회사인데 CEO가 제일 바빴다” 이야기를 깊게 써볼게요. 그 다음은 루카스에게 코드를 맡기되 열쇠는 안 주는 방법이에요. 한 달쯤 굴린 뒤에는 실제 운영비 결산도 숫자로 다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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